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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역사의 영등포 공구상가. 생산성과 생산, 개발과 개선


70년 역사의 영등포 기계상가와 재래시장이 사라지고있습니다. 여기서 삶을 이루고 일터를 만들어 살고있는 사람들은 어디로 쫓겨나겠지요. 저는 집에서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작업실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약 15Km정도 되는데, 아침 저녁 운동으로 딱 좋은 거리 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이곳을 지나게 됩니다. 어느날 지나다 보니 거리 위로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70년 재래시장 생존권을 보장하라!" 이 현수막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착잡합니다. 이들은 또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이명박,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할 무렵 동대문운동장과 청계천 주변을 재개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쫓겨났습니다. 먼저 이명박이 청계천을 개발하며 황학동 시장의 중고시장을 운영하던 분들을 동대문운동장에 밀어넣었습니다. 그곳에서 장사가 될 리 없었습니다. 황학동이라는 지역이 간직한 역사와 문화까지 동대문운동장에 밀어넣을 수는 없었습니다. 황학동의 문화와 삶이 동대문운동장이라는 공간 안에 자리잡기에는 그곳의 환경은 척박했습니다. 결국 오세훈은 동대문운동장을 자하 하디드라는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맏겨 재개발하고, 그곳에서 삶을 위해 발버둥치던 사람들을 모두 밀어냅니다. 황학동에 상권을 형성하고 있던 사람들의 생존권과 중고시장의 추억이 모두 이렇게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사라져버렸습니다. 그곳에는 "동대문 문화 역사공원"이라는 역사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박근혜의 국정교과서를 보는 기분입니다. 세탁된 역사. 시각적인 미학이 진짜 역사를 세탁하는 공간.


이 사람들의 생존권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70년간 공업지대를 형성하던 이곳의 환경이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파괴되고 있다는 것은 생존권만큼이나 중요한 문제 입니다. 사람들은 겉모습 화려한 도시를 좋아합니다. 번듯한 건물들이 보도블럭 위로 솟아 올라 지저분해보이는 삶의 이면을 가려줄 수 있으면 세련된 도시 공간에 세련된 삶이 이루어지는 줄 압니다.

이곳의 기계산업은 기계를 단지 만들어내는 곳이 아닙니다. 이미 사용된 기계를 다시 가공하여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곳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 있는 기계의 60% 이상이 이미 한 번 사용된 기계를 재가공하여 새로운 조건에 맞게 재가공되고, 새로운 곳에 설치됩니다. 한 대의 모터를 생산하는 것 보다 중고 모터를 재가공하는 비용은 무척이나 싸고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것은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방법입니다.

국가에서 생산성을 이야기 할 때 "자원활용의 효율성"이라는 부분은 빠져있습니다. 모터 하나를 생산하는 것은 GDP를 높이고 생산성이 올라가는 활동입니다. 하지만 중고 모터를 다시 사용하는 것은 GDP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고 생산성을 많이 높이지 않습니다. 국가에서 숫자놀이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새로운 모터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GDP도 생산성도 높아집니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생산하기 위해 자원을 착취합니다. 땅을 파고, 석유를 캐내고, 건물을 올리고... 이 모든 활동은 지구의 환경을 변화 시킵니다. GDP와 생산성을 위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생산은 환경을 파괴해왔습니다. CO2의 농도가 높아져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기후가 변화합니다. 태풍이 거칠어지고, 폭우가 쏟아집니다. 그러면 인간이 만든 것들이 파괴됩니다. 이 부분은 손실로 계산되지 않고, 파괴된 것을 복구하는 비용은 GDP와 생산성으로 계산됩니다. 환경이 거칠어지고 파괴될수록 생산성은 높아집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생산성입니다. 자연은 자원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한 마리의 사자가 얼룩말 한 마리를 잡아 먹고, 남은 사체를 하이에나가 처리하고, 뼈에 붙은 인대와 살점은 독수리가 처리하고, 뼈와 털뭉치는 세균들이 분해하고, 그 배설물들은 비료가 되어 식물들이 광합성하고 재생산하는 것에 사용됩니다. 이런 끊임없는 재활용 고리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만으로 이 생태계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적은 에너지로 많은 생산을 합니다. 이것이 진짜 생산성이고, 지속 가능한 생산입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생산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모터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자원을 착취하면, 파괴되는 환경은 가혹한 기후로 서민들의 삶을 파괴합니다. 그리고 파괴된 서민들의 삶을 복구하며 또 생산성을 높입니다. GDP와 생산성의 마술은 자연이 파괴될수록, 삶이 피괴될수록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항상 합니다. 저는 디자이너이고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멈추는 순간 제 존재는 가치를 잃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우리들 내부에서 나옵니다. 진실을 볼 줄 아는 내면의 눈에서 아름다움이 시작됩니다. 제가 보는 이곳의 사람들과 환경은 제게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지저분한 것이 추하다면 고야가 그린 사형장의 풍경은 예술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곳의 고철들과 기름때 낀 기계들이 재활용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 풍경이 삶의 진실한 모습이고,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이라서 아름답습니다. 동대문 역사박물관이 아름답다면 그것은 자연을 형상화시킨 곡선을 인공물에 적용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 가진 형상, 진실에 가까운 형태를 건축물에 도입하여 아름다움을 건축하였습니다. 이곳의 풍경은 있는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자연이 환경에 적응하는 그 자체를 재현하고 있어서 아름답습니다. 꾸미고 만들 필요 없이 자연스레 생겨난 그 자체라서 아름답습니다.



제가 이곳의 사진을 찍자 여기서 일하는 아저씨께서 이렇게 묻습니다.
"여기는 찍어서 뭐하게요?"
"여기가 사라지는 것이 마음 아파서 기록으로 남기려고요. 이곳이 사라지면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디로 가죠?"
"양로원으로 가야지. 한번 돌아봐요, 젊은 사람들이 있나. 이것도 이제 사양 산업이라 더이상 할게 없어."

재활용이 과연 사양산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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