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라벨이 인 게시물 표시

How to tame a fox 여우를 어떻게 길들이는가

여우를 어떻게 길들이는가? 생떽쥐뻬리의 어린왕자의 한 부분에 어린왕자가 여우와 친해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우는 길들여지기를 원합니다. 얼마의 시간, 얼마의 인내, 얼마의 의식을 치른 후 여우는 길들여지고 어린왕자는 떠날 시간이 됩니다.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에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여우가 알려줍니다. 길들인다는 것은 서로에게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Les hommes ont oublié cette vérité, dit le renard. Mais tu ne dois pas l'oublier. Tu deviens responsable pour toujours de ce que tu as apprivoisé. 사람들은 이런 진실을 잊어버리는데 말이야, 여우가 말했습니다, 넌 절대 잊으면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너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위 책에서는 여우에 대한 사랑과 무한한 책임을 지는 러시아 과학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드미트리 벨리아에프(Dmitri Belyaev), 리우드밀라 트루트(Lyudmila Trut)가 그들입니다. 드미트리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어 30년 이상 이어진 긴 프로젝트는 드미트리가 죽을 때 까지 여우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은 다른 과학책과는 다르게 과학적 진실만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유전학이 진행되는 동안의 정치적 상황, 숙청의 위기, 하지만 여우들에 대한 사랑과 진실에 대한 집념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구, 이 모든 것들이 과학자들이 진실을 파헤치는 과학적 방법론과 함께 보여집니다. 과학자는 과학이라는 방법론을 길들였고, 그들이 길들인 것에 대한 끝없는 책임(responsabilité pour toujours)을 집니다. 그들은 여우를 길들였고 여우에 대한 끝없는 책임을 집니다. 그리고 70년대에 시작된 그 책임이 현재에까지 이어져 가축화의 비밀을 밝혀낼 열쇄를 과학자의 손에 쥐어줍니다. "destabilization"(...

10월항쟁. 폭력으로 장악한 국가권력,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저항한 시민들의 이야기.

최초 국가의 탄생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잘 모르지만 평화적인 과정을 거쳐 합의한 뒤 국가라는 조직체로 진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의 말과 법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자 이제부터 내 말을 듣고 내가 하는 발이 곧 법이다."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아무런 거부 없이, "네 그러도록 하지요. ㅎㅎ"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국가 역시 평화적인 과정을 거쳐 탄생하지 않습니다. 조선 후기 일제 강점기를 거친 한반도는 1945년 2차대전의 종식이 가져온 해방 이후 새로운 국가의 탄생을 맞이합니다. 한반도 남쪽은 대한민국이 되고, 북쪽은 북조선 인민공화국이 됩니다. 남쪽에서는 미군정의 권력을 등에 업은 이승만이 1948년 정부를 구성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하고, 북한은 그보다 한 해 전 1947년 USSR의 권력을 업은 김일성이 북조선 인민공화국 정부를 세웁니다. 해방 이후 약 2~3년의 공백을 거쳐 두 개의 국가가 한반도에 탄생합니다. 두 정부는 나름대로의 폭력성으로 한반도에 살아가던 시민들을 흡수합니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북조선에서는 지주들의 땅을 무상으로 몰수한 뒤 무상으로 분배하는 과정에서 지주들에게 행하여진 폭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지주들과 친일파들을 정부와 경찰권력으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폭력이 이루어집니다. 이상하게도 국사를 배울 때 이 과정은 제일 뒷부분에 잠깐 나오고 끝납니다. 국사의 대부분은 한반도의 고대사로 채워져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상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아 세워졌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1919년 3.1운동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일제의 점령을 부정하며 세워진 상해의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시초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해방 이후 보여준 폭력적인 권력쟁탈전을 알게되면 왜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이 고대사에 치중하게 되었는지 알게...

Testosterone Rex, T-Rex. 남성성의 신화 위에 우뚝 선 차별이란 이름의 공룡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성을 만드는 홀몬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사춘기 이후 남성성의 발달은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에 의해 발현되고, 여성성의 발달은 에스트로젠(Oestrogen, Estrogen)에 의해 발현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틀린말은 아닌데, 딱히 정확한 말도 아닙니다. 성징의 발현이 단순하게 하나의 홀몬에 의해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아니, 생명체는 복잡한 존재여서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를 만들지 않고 언제나 복합적인 원인이 단계적 작용(cascade)을 통해 복합적 결과를 이끌어냅니다. 그 수많은 결과들이 모여 하나의 개체라는 특성을 만듭니다. 생물학은 물리학과는 달라서 "A가 B를 만든다"라는 생물학적 명제는 대부분 위험한 명제입니다. 생명체라는 복잡한 존재를 하나의 공식으로 환원시켜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코델리아 파인은 남성성이라고 불리는 모든 생물학적 특성에 해부용 메스를 대고 천천히 분해, 분석해나갑니다. 전체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 이렇게 세 개의 큰 장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 번째 장, 과거는 성선택 및 남성성의 진화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론들이 과연 적절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시되었는지를 비판합니다. 두 번째 장, 현재에서는 남성 고유의 행동 및 심리가 과연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인지, 더 나아가 그것이 과연 남성만의 특성인지 까지도 비판합니다. 세 번째 장, 미래에서 저자는 성차별 및 성역할에 관한 자신의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첫 번재 장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배이트먼(Angus Bateman)의 초파리 실험과 트리버스(Robert Trivers)의 수학적 계산이 완성시킨 다윈의 성선택이론을 재검토하며 남성은 타고난 바람둥이라는 널리 알려진 상식을 해부합니다. 배이트먼은 초파리 실험을 통해 수컷의 수정 성공율과 암컷의 수정율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수컷의 21%가 후손을 낳는데 실패한 반면 암컷은 단 4%만 실패했습니다. 다시 말하...

우리는 단기적 이득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하나?

"나 홀로 볼링" Bowling Alone이라는 표현은 이 책의 중간 즘 나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팀을 짜 볼링을 즐기며 이야기를 하며 개개인의 삶에 대해, 같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볼링 레인에서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자리에 앉아 천정에 달린 텔레비전을 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예전처럼 사람들간의 대화가 길지 않고, 더불어 서로에게 관심도 줄어들며, 서로를 깊이 알지도 못하고, 결국 함께하는 삶에 대한 참여도는 떨어집니다. 이 책의 주제는 줄어드는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 "을 어떻게 다시 복구 시킬 것인가 입니다.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이 개념을 확립시키고 실증적인 데이터로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 가장 깊이 있게 연구한 학자는 Robert David Putnam 이 아닌가 합니다. 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정독하였습니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데이터로 분석한 연구이긴 합니다만, 한국 사회에도 대입하여 통찰할 수 있는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적 자본의 의미를 간단히 요약하면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은 사회 개혁가였던 Lyda Hanifan이 쓴 1916년 글에서 이미 잘 요약이 되어있으며, Jane Jacobs, Glenn Loury, Pierre Bourdieu, Ekkehart Schlicht, James Coleman등등...이 각각 다시 고안하거나 정리하였다. 사회적 자본은 한 사회 내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간의 호혜성, 신뢰, 참여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당신 아버님 장례에 참여하지 않으면, 당신은 내 아버님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어느 미국 코미디언의 말로 쉽게 이해할 수있다. 미국의 사회적 자본은 실제로 줄어들었는가? 그렇다. 줄어들었다. 투표 참여율, 마을 조직의 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