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를 어떻게 길들이는가?
생떽쥐뻬리의 어린왕자의 한 부분에 어린왕자가 여우와 친해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우는 길들여지기를 원합니다. 얼마의 시간, 얼마의 인내, 얼마의 의식을 치른 후 여우는 길들여지고 어린왕자는 떠날 시간이 됩니다.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에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여우가 알려줍니다. 길들인다는 것은 서로에게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Les hommes ont oublié cette vérité, dit le renard. Mais tu ne dois pas l'oublier. Tu deviens responsable pour toujours de ce que tu as apprivoisé.
사람들은 이런 진실을 잊어버리는데 말이야, 여우가 말했습니다, 넌 절대 잊으면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너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위 책에서는 여우에 대한 사랑과 무한한 책임을 지는 러시아 과학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드미트리 벨리아에프(Dmitri Belyaev), 리우드밀라 트루트(Lyudmila Trut)가 그들입니다. 드미트리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어 30년 이상 이어진 긴 프로젝트는 드미트리가 죽을 때 까지 여우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은 다른 과학책과는 다르게 과학적 진실만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유전학이 진행되는 동안의 정치적 상황, 숙청의 위기, 하지만 여우들에 대한 사랑과 진실에 대한 집념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구, 이 모든 것들이 과학자들이 진실을 파헤치는 과학적 방법론과 함께 보여집니다. 과학자는 과학이라는 방법론을 길들였고, 그들이 길들인 것에 대한 끝없는 책임(responsabilité pour toujours)을 집니다. 그들은 여우를 길들였고 여우에 대한 끝없는 책임을 집니다. 그리고 70년대에 시작된 그 책임이 현재에까지 이어져 가축화의 비밀을 밝혀낼 열쇄를 과학자의 손에 쥐어줍니다.
"destabilization"("탈안정화"정도로 번역을 해야 할까요?)을 통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고 발현의 시기만 늦춰 가축화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어린 시기를 좀 더 오랜기간 유지하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탈안정화를 통해 "사회"라는 것을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탈안정화 과정이 커다란 사회를 이루기 위한 학습기간을 늘려 서로를 길들이기 쉬운 조건에 놓이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이 실험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30년이 넘는 실험기간동안 탈안정화 가정은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생물학, 인간, 사회, 정치,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소용돌이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마도 과학이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인듯 합니다. 서로에 대한 무한한 책임. 아마도 이 책의 주제는 여우를 어떻게 길들이는가가 아니라 서로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Homo Sapience종은 자연환경 안에서 다른 종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우리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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