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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화폐인가, 상품인가? 비트코인 & 블록체인, 투기 & 투자.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속임수가 불가능한 화폐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가짜 비트코인을 생성할 수 없으며, 거래내역을 조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여러사람을 동시에 속이기는 힘들다" 기술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재 조합하는 방법입니다. 기존의 데이터는 하나의 하드디스크에 저장을 하고, 그 데이터를 불러와 사용합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전산라인으로 연결된 여러대의 컴퓨터를 통해 여러개의 하드디스크에 분산 저장합니다. 데이터를 불러 올 때는 여러대의 컴퓨터에서 동일한 사건에 관련된 데이터 다발을 불러와서 비교하고 조합하여 오류를 없애고 하나의 의미있는 데이터를 완성합니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컴퓨터를 해킹하더라도 다른 컴퓨터들에 저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해킹을 의미없게 만들 수 있고, 누군가가 자신의 하드디스크를 조작하더라도 데이터들의 대조 분석을 통해 조작을 무력화 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동일시 하는 오류를 저지릅니다. 가상화폐라는 말로 번역되는 비트코인은 정확히 화폐는 아닙니다. 화폐로서의 가치를 가지려면 첫째 화폐 자체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가치를 바탕으로 다른 상품들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그 가치를 오랬동안 저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 가지의 조건에 따라 비트코인을 대입해보면, 첫째, 비트코인은 국정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하게 정해진 가치가 없습니다. 비트코인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치가 올라가고 다들 비트코인을 팔면 가치가 떨어집니다. 변동성이 너무 커서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둘째, 다른 상품들과 자유롭게 교환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물건 가격을 비트코인으로 지불 할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은 특성상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야 하는데, 상점주인에게 비트코인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지불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저장의 기능은 뛰어납니다. 또한 저장된 데이터를 여러 하드디스크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하나의 하드디스크가 파괴되어도 그 데이터를 다시 복구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말이죠. 이 데이터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방법은 전세계가 정전으로 블랙아웃되고, 모든 전산시스템이 불가능하게 되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이 세가지 조건으로 볼 때 비트코인은 화폐라기보다는 일종의 데이터 저장기능을 하는 정확한 회계 시스템입니다. 단지 데이터는 정확하게 저장이 되지만 가치 그 자체는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기때문에 가치를 저장할 수는 없습니다. 데이터는 저장이 되지만 금괴처럼 가치 그 자체는 저장할 수 없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비트코인이 만일 화폐라면 최악의 화폐인 셈입니다.

비트코인을 화폐처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긴 하지만 기술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게 보여집니다. 먼저 비트코인을 디지털상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단말기를 모든 인구에게 나눠줍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안에 기능을 심어 넣고 모든 인구에게 나눠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장에서도 단말기를 통해서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거래는 일 분에도 몇 억건 혹은 몇 조건이 될수도 있기 때문에 그 거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big data처리 프로세스가 가능한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그 데이터를 분기별로 혹은 실시간으로 처리하는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갈지, 얼마나 성능이 좋은 컴퓨터가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러한 처리가 가능한 연산장치가 있는지나 모르겠습니다. 국정화폐를 비트코인으로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의를 할 정치인은 얼마나 될까요? 모든 화폐 사용과 데이터가 투명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검은 돈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치판이 아주 깨끗해지고, 세금포탈같은 일은 쉽게 검거될 것입니다. 누가 지신의 목에 방울을 다는 고양이가 될까요? 그리고 사생활의 침해는 당연히 일어납니다. 무엇을 소비하는지 알면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단말기에 연관된 몇몇 단말기를 해킹하면 그 사람의 사생활이 투명하게 나타나겠지요. 또한 한 국가에서만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모두 이 시스템을 이용해야 국가간의 거래가 가능합니다. 현재 무역 없이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사용하는 이 컴퓨터만 해도 부품이 10개국 이상에서 조달 된 제품입니다.

얼마 전 유시민씨와 정재승씨가 설전을 벌였습니다. 정재승씨는 유시민씨가 블록체인 기술을 잘 모르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유시민씨를 비판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시민씨가 화폐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고 비트코인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재승씨가 이야기 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전혀 다른것 입니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을 가지고 개발되긴 했지만 데이터를 정확히 저장하고, 속임수를 쓰기 어렵게 만든 시스템은 화폐의 기능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비트코인은 결국 일종의 데이터이고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 가치는 시장 참여자가 결정하여 변동성이 심하고, 안정적인 가치를 뒷바침하기 위한 정치적 시스템이 없습니다. 정재승씨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 했지만 경제적 기능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해가 없었습니다.  반면 유시민씨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모를지 몰라도 화폐의 기능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 역시 유시민씨와 비슷하게 비트코인은 투기상품입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 기술을 라이센스 혹은 지적재산권 보호에 이용하지 않고 "코인"을 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튜울립 뿌리 하나가 집 한채의 가격과 비슷했던 네덜란드 튜울립 거품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비트코인 시장 참여자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폰지사기에 가깝습니다. 더군다나 데이터는 먹을 수도, 사용할 수도 없는 그저 데이터일 뿐입니다. 실물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것은 순수한 투기라고 생각됩니다. 만일 블록체인 기술로 세무, 회계시스템을 개발했다면 그 기술은 실용적 가치를 가지고 현실 세계에서 아주 유용한 시스템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가 비트코인 형식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그 비트코인을 구매한다면 투명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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