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다. 3주가 지나가는 폭염의 영향은 나의 정신상태마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 것 같다. 앞으로의 더위를 94년의 최악의 폭염과 더이상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단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재수없게 걸려있었다고만 설명하기엔 지구가 이미 너무도 뜨거워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무더위는 여름에 찾아오는 손님이려니 했다. 물이 부족한 국가나 여름이면 열사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면 마음은 아팠으나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더워 죽을 것 같으면 에어컨을 키면 되고 더우니 덥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것은 당연했다. 여름이니까.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초,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일이 흐뭇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 열심히 일했으니 이런 무더위에 휴가쯤 보내야하는 것은 괜찮지 않은가하고 말이다.
그러나 여름은 이제 더이상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한 단위의 계절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다. 40도까지 육박하는 폭염은 사실상 재앙에 가까운 일이 되어버렸다. 탈수증상이 올까봐 얼음물을 꼭 챙기고 머리아프게 내리쬐는 열기를 조금이라도 막아볼까 우산을 챙겼다. 살기위해 스스로를 방어하는 일에 꼼꼼해진 것이다.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여름에 오는 폭염이라는 불청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한 것이다. 문 앞까지 들이닥친 지구 온난화의 위기는 꽤 폭력적으로 벨을 마구 눌러대고 있는 것이었다.
폭염은 그러나 알고보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 지구가 뜨거워져 열병을 앓고 있다는 것은 이미 조금씩 진행되어 왔던 일이었다. 매년 폭염일이 늘어나는 그래프를 찾아봤다. 조금씩 따뜻해지던 냄비가 이제 손대면 견딜 수 없어질 때까지 뜨거워진 것이다. 올 여름에만 해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온열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이 1000명에 육박한다.
환경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이야기해왔지만 정부와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들은 체 만 체 해왔다. 미국의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추운 겨울의 기온을 지구온난화로 활용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이다. '지구온난화는 비싼 몸값을 요구하는 사기극'이라며 현실을 부정하고 기후협약을 줄줄이 탈퇴했다. 환경을 위협하는 화석연료회사의 경영진을 백악관에 앉혀놓기까지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세계 1)산호초의 40%이상이 비상이 걸렸다. 산호초의 군락을 이루는데는 적어도 몇 백년이 걸리는 일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뜨거워지는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당장 더워지는 지구에 찬물을 끼얹거나, 사라져가는 산호초를 복구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넋놓고 있을 수도 없다.
나는 지금이 제대로 행동해야 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으로부터 말이다. -며칠 전 나오미클라인의 책 ‘노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를 막 끝낸 후이기도 하다.
쓰레기 줄이기, 환경보호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두 가지 (두 가지 행동지침은 구호만으로만 끝나지 않고 디테일하게 실천하기)
일회용품쓰지 않기, 화석연료 줄이기,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비닐 등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기, 생활쓰레기를 비롯 음식물 쓰레기를 적게 버리기, 모든 공산품에 대한 과소비하지 않기 등 -이것들은 아마 나열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디테일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 디테일해지려면 쓰레기일지 같은 것을 써봐도 좋을 것 같다.
환경연합에 가입할 생각이다. 토종씨앗을 나눔하여 경작하는 일을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해보고싶고 농업과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 단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과학과 생태학적인 다양한 책을 깊이 꾸준히 읽어나가고 싶다. 각종 환경문제에 대한 서명운동을 널리 알리고 국제적인 환경운동도 지지하며 연대하고 싶다. 할 일이 너무 많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방법을 찾아나가고 싶다. -프랑스에서는 학교에서 노조를 설립하는 것도 공교육에서 가르친다는데 그런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학생들을 순응하는 노동력 인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뜨거운 지구에 사는 일은 어쩌면 우리에게 다가온 운명같은 일일게다. 받아들이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지만, 우리는 정말 뭐라도 해야할 것만 같다.
1)도대체 산호초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지금 우리가 먹고사는 일에 어떤 관계가 있고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면 산호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함께 감상하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산호초가 사라져간다는 사실이 어떻게 나의 삶과 연결되는지를 알고 나서 나는 깊은 자괴감에 빠졌었는데 산호초가 죽어간다는 것은, 그저 바다생물의 한 종이 사라져가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산호초는 육지의 나무처럼 바다의 정화역할과 각종 바다 동물의 환경에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진실을 깊이 알게되는 순간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지한 태도에 대해 걷잡을 수 없이 부끄러워졌고 이내 한없이 맥이 풀렸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에 대해 대부분 냉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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